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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사의료행위 허용은 '矯角殺牛'

시론 유사의료행위 허용은 '矯角殺牛'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3.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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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규(고려의대 교수)

복지부가 추진 중인 '개악 의료법'은 의료법의 핵심 당사자인 의료계의 전면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개정 없이 현재 국회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개악 의료법 제122조 '유사의료행위에 관한 조항'의 신설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제122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행하여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제5조에도 불구하고 유사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라고 되어있다. 이 안의 취지에 대한 복지부의 주장은 이렇다. 다양한 민간요법이나 보완의학적 의료행위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암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병이나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은 증상은 없지만 치료기간이 길어서 자연요법이나 민간요법의 유혹을 쉽게 받게 된다.

보완통합의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건강보조식품을 포함하여 보완의학에 대한 의료비는 약 20조원이며 이중 40%가 한의학 약제비로 소비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현대 의학의 약제비 5조원(2002년도 통계)에 비하여 무려 4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써 보완의학이 현대의학의 지휘아래 있는 영국의 6조원(1999년 통계)이나 독일의 4조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이다. 지난해에 보완통합의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국민의 64%가 보완의학치료를 받은 일이 있는데 이중 64%가 자가 치료행위, 무면허 의료행위, 민간요법 등이라고 하였다.

유사의료행위의 면허제도에 관해서는 보완의학분야의 전문가 사이에서도 아직 의견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복지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유사의료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면허 제도가 필요한데 현재 보완의학에 관한 교육이 천차만별이며 이미 많은 수의 자칭 '치료사'들이 양성되어 있는 상태이다. 현재 국내에서 보완의학과 관련된 교육기관은 비 의과대학으로 4년제 학부과정의 대학이 이미 2군데 개설되어 있으며 대학 내 다양한 세부학과를 두고 있는데 대충 소개하고 다음과 같다.

생체역학전공, 수기치료전공, 식품치료전공, 정신치료전공, 미용전공 등이 있으며 또 다른 대학은 예술요법, 자연수기요법 등을 전공과로 분류하고 있다. 그 외 숙명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와 경기대학교, 조선대학교 그리고 포천중문의대에서는 정규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여 보완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이러한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도 비정규 교육과정으로 다양한 연수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이미 수만 명의 치료사가 나와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의료법 개악이 정규 및 비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칭 '치료사'들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있다.

유사의료행위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일본, 영국과 독일에도 존재한다. 문제는 유사의료행위를 의료행위의 일부로 볼 것이냐 하는 관점에 있다. 선진국에서는 보완의학 중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것은 의료행위의 일부로 인식하고 의사의 지휘 감독 하에 시술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다. 이번 개악 의료법의 제122조는 실제로는 의료행위의 일종을 유사의료행위라는 모호한 이름을 붙여서 의사의 통제 밖에 둠으로써 의료를 왜곡시키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복지부의 이러한 의도는 제122조 제2항에 명확히 나타난다.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유사의료행위의 종류, 유사의료행위자의 자격 및 업무범위 등 유사의료행위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함으로써 실제로는 의료행위인 유사의료행위를 법적으로 보장함은 물론 그 통제 역시 복지부의 의도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사의료법이 통과되면 현재 의사의 지휘 감독 하에 의료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임상병리사·방사선기사 들의 단독 개원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물론 복지부가 현행 의료체제의 근본까지 흔들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정규교육과정을 받고 면허가 있으면서도 단독개원을 할 수 없었던 여러 직종들의 단독개원요구를 복지부가 의지를 가지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규모와 의료비수요가 훨씬 높은 선진외국이 그보다 못한 우리나라에 비해 보완의학치료비가 훨씬 적게 들어가는 것은 불필요한 보완의학치료를 의사가 걸러내어 처방하거나 실시하기 때문이다. 보완의학진료를 의사의 지휘 감독하에 둔다고 하여 모두 보험재정에서 충당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복지부가 제122조에 유사의료행위는 의사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구절을 넣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보험재정에서 부담하던 국민개개인이 부담하던 의료비는 어쨌든 국민이 부담하는 돈이다. 그것이 보험재정에서 지출될 것으로 짐작하고 개악의료법을 밀어부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뿔을 얻기 위해 소를 죽이거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악 의료법 제122조는 폐기되야 마땅하나 입법취지를 살린다면 유사의료행위는 의사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야 한다. 실제 행하여지는 의료행위를 유사의료행위라는 이름으로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유사의료행위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짐으로써 국민의 재산을 헛되이 쓰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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